Issue 185, Feb 2022
파울라 레고
Paula Rego
재인의 세계
영국 런던 북부 뒷골목에 위치한 스튜디오. 두 개의 차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천장에 매달린 빨간 드레스 차림의 두 소녀 인형이 눈길을 잡는다. 이들의 눈은 깊게 패어 그 속이 텅 비었다. 이어 한쪽 구석으로 시선을 옮기면 장갑 낀 허수아비가 서 있고, 다른 한쪽은 서커스 의복 같은 드레스와 재킷 등으로 천정까지 가득 덮여 있다. 선반 위론 온갖 표정의 머리 더미가 놓여 있는가 하면, 소파엔 작은 형상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실물 크기의 봉제 인형들이, 그 옆 녹색의 인조 잔디가 깔린 침대엔 박제된 여우와 양 한 마리가 누워있다. 사다리 아래엔 십자 봉을 든 필로우 맨(pillow man)도 존재감을 드러낸다.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, 어쩐지 섬찟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. 이곳은 바로 작가 파울라 레고(Paula Rego)가 빚어놓은 재인(再認)의 세계다.
● 김미혜 기자 ● 작가, Victoria Miro, Kunstmuseum Den Haag 제공
Installation view of 'Paula Rego: The Forgotten' 19 November 2021-12 February 2022 Victoria Miro, Galleries I & II, 16 Wharf Road, N1 7RW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© the artist